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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이기전에 누군가의 가족,아내,어머니라는 인격체로써 생각하시는

이런 과장님이 환자의 아픔을 더 잘 들여다 볼수 있지않을까?

허원과장님 블로그

 

 

 

 

힐링(Healing)의 참 의미
환자의 몸 뿐아니라 마음도 함께 치료하는 따뜻한 의사가 많았으면
기사입력 | 2015-01-13

 

세명기독병원 뇌신경센터 신경외과 과장

 

모든 임상의가 그러하듯이 나도 외래진료가 있는 날은 특히 긴장된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선다.

 

외래진료 시간은 포성없는 전쟁터와도 같다. 제한된 시간 안에 수많은 환자들이 다양하게 호소하는

증상들을 듣고, 오감을 총동원해 환자의 신체 상태를 체크한 뒤, 가설을 만들고, 필요한 검사를 처방하고

 확인하고, 증상들의 원인을 유추해 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료시간 동안 나의 머리 안에서는 쉴 새 없이, 정교한 시계의 톱니바퀴들이 돌아가듯이,

이러한 사고의 과정들이 반복된다. 그 시간 신경외과 특히 뇌를 전공하는 의사로서의

나는 환자의 눈을 바라보며, 그의 뇌를 바라보려 노력을 한다.

 

 

얼마 전, 한 환자가 EBS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인 '나눔 0700' (힘든 가운데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해주고, 경제적 후원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의 제작진과 함께

외래진료실을 찾아왔다.

 

그녀는 시력과 청력을 거의 잃은 상태였고, 그가 다른 병원에서 촬영해 가져온 뇌 MRI 사진에서

그녀의 머리속에 있는 종양들이 그 원인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처럼 그녀의 과거 치료 과정과 현재의 문제점들을 고려해

'심부뇌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의 시행이 그녀의 청력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설명했고, 진료는 그렇게 끝났다.

 

 

며칠 후 방송일이 돼 TV 앞에서 그 방송을 시청하며 나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녀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나는 그녀의 눈을 통해 그녀의 뇌의 상태만을 보려했을 뿐이었고,

정작 그녀의 삶이 어떤 삶인지는 전혀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서야 진료실에서

 그녀가 아들의 목소리가 가장 듣고 싶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삶 안에서 그녀는 뇌종양의 후유증으로 고통만 받는 환자가 아니라,

그녀를 사랑하는 남편의 아내이자, 아들의 어머니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가족의 저녁 식사로 떡국을 정성스럽게 끓이는 아내,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과 한 이불을 덮고

아들과 따뜻한 입맞춤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그 순간, 내가 전쟁터와도 같은 진료실에서 하루에도 수십명씩 마주쳤던 그들 또한 누군가의 아내이자,

남편이고 또 부모이고 자녀로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름다운 인격체인

당연한 사실을 보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

 

 

언제부터인지 힐링(Healing)은 우리 주변에서 익숙한 단어가 됐다.

힐링의 사전적 의미는 '물리적 또는 기능적으로 손상된 생체 조직이 정상적인 기능을 갖도록

회복되는 과정'이나 '신경이상 또는 신경쇠약 상태가 심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에서 이로부터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회복되는 과정'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측면에서 보면 '삶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의학적 수단을 통해

덜어내고, 다시 아름다운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힐링이고, 그것이 '임상진료'라고 하겠다.

환자분들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함께 치료하는 힐링의 참의미를 실천하는 의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나도 신경외과 의사로서 단순히 그의 뇌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가 되겠다.

 

세명기독병원 뇌신경센터 신경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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